비밀 / 히가시노 게이고
히가시노 게이고의 판타지 로맨스 소설 '비밀' 을 읽었습니다.
하나의 장르가 된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1999년에 집필한 소설로 일본 추리 작가 협회상을 받았던 소설이라 하며 1999년에 제작되어 2002년 국내에서도 개봉되었던 영화 '비밀' 의 원작 소설입니다. 영화는 당시 한국에서도 인기가 참 많았고 저도 참 좋아했던 배우 '히로스에 료코' 주연의 영화로 독특한 이야기에 현재까지 기억에 남을 정도로 인상 남아있던 영화였습니다. 원작 소설은 이번에 처음 읽어 보게 되었는데 영화와는 다른 재미와 등장인물의 내면을엿볼 수 있어서 역시 영화보다는 소설이 더 좋았습니다.
줄거리
어느 날 갑자기, 아내와 딸이 탄 스키 버스가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TV를 통해 충격적인 소식을 접한 헤이스케는 즉시 사고현장으로 달려간다. 그러나 병원에 도착한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거의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아내인 나오코는 한때 의식을 되찾지만 거의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이고, 가까스로 생명을 유지한 딸 모나미는 뇌의 손상으로 식물인간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딸의 무사함을 확인하자마자 아내는 숨을 거두고 마는데, 그 순간 모나미는 기적적으로 의식을 되찾는다.
하지만 딸의 육체 속에서 살아난 것은 모나미의 의식이 아니라 아내 나오코의 의식이었다.
출처: 옮긴이의 말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답게 참 신선한 발상과 타고난 이야기꾼답게 대단한 몰입감을 선사하는 이번 작품 역시 푹 빠져서 읽었습니다. 그리고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답게 충격적인 반전도 잊지 않습니다. 육체는 딸이지만 정신은 아내, 밖에서는 부녀로서 행동해야 하지만 집 안에서는 부부로 생활하는 이상한 상황에 놓인 한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같은 학교 남학생에게 질투를 느끼고 해결할 수 없는 성에 대해 갈등을 하고 아버지로서 나오코를 대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남편으로 살아가야 하는 건지에 대해 갈등하는 과정을 보며 나라면 과연 어떻게 할까? 과연 아내를 떠나보낼 수 있을까? 여러 상상도 하게 되었고 같은 남자로서 깊은 공감과 좌절도 맛보게 되었던 소설이었습니다.
지금부터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나는 아버지이면서 아버지가 아니다.
남편이면서 남편이 아니다.
더구나 발기조차 하지 않는다.
즉 남자이면서 남자가 아니다.
과거 영화를 회상하며 읽게 된 소설인데 영화와는 다르게 딸아이가 초등학생이라는 설정이었고 순수하게 남편이자 아빠 헤이스케 입장에서 서술한 이야기입니다. 영화는 그냥 리즈 시절이었던 히로스에 료코 출연 영화라는 점과 그냥 흥미로운 이야기라는 정도로 기억에 남았는데 어느새 세월이 지나 자녀를 둔 아빠가 된 현재 소설을 읽고 남자 주인공에게 자연스레 몰입되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읽게 되었네요. 영화에서는 나오코이자 모나미인 여주인공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소설에서는 온전히 헤이스케의 내면과 심리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라 더 좋았습니다. 저도 한 여자의 남편이자 딸아이의 아빠가 되었기에...
당시 좀 유명했던 영화라서 저와 비슷한 또래 이신 분들은 작품을 보신 분들이나 아시는 분들이 많으실 거라 생각이 듭니다. 제 기억에서 잊혀있던 영화였기에 소설을 읽고 예전 영화나 당시의 기억도 떠올려 본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가정이 있으신 남성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