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 / 이사카 고타로
이사카 고타로의 단편 소설집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 읽었습니다.
평소 좋아하는 일본 작가이며 그가 쓴 최초의 연애 소설집이라는 것에 끌려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일단 제목이 참 어렵죠? 먼저 이 소설의 어려운 제목의 의미는 '밤의 소야곡' 또는 '작은 밤의 음악'이라는 뜻을 의미하는 모차르트의 클래식 곡이라고 합니다. 저는 클래식은 젬병이지만 들어보니 누구나 알만한 곡이었습니다. 이 어려운 클래식의 제목을 차용하여 사용한 의도는 아래 책 속 글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아까 했던 얘기 말인데, 결국 만남이란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그런 게 뭔데?”
“그때는 뭔지 몰라서, 그냥 바람 소리인가 생각했지만, 나중에 깨닫게 되는 거. 아, 그러고 보니 그게 계기였구나, 하고. 이거다, 이게 만남이다, 딱 그 순간에 느끼는 게 아니라, 나중에야 비로소 알게 되는 거.”
“작은 밤의 음악처럼?”
“맞아, 그거.
P.33
줄거리
1. 아이네 클라이네
리서치 회사 직원인 사토는 아내가 집을 나갔다는 회사 선배나 스무 살 때 만나 결혼한 대학 동창 부부 등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진정한 인연이란 무엇인지 궁금하다. 아직 싱글인 그는 새로운 인연을 기대하며 지인들에게 배우자와의 운명적 만남에 관한 ‘조사’를 벌인다.
2. 라이트 헤비
1년째 전화 통화로만 관계를 이어 가는 두 사람의 이야기다. 미용사인 미나코는 단골인 이타바시 가스미로부터 그의 남동생 마나부를 소개받는다.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유약하긴 해도 다정다감한 성격의 마나부가 미나코도 싫지만은 않은데, 그는 시간이 지나도 만나자거나 사귀자고 하지 않는다. 이렇게 지내다가 서로에게 다른 사람이 생겨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즈음, 마나부로부터 연락이 끊어진다.
3. 도쿠멘타
월드컵이나 온바시라 축제처럼 특별한 이벤트는 아니지만, 5년에 한 번 열리는 작은 이벤트가 있다. 후지마에게 그건 바로 운전면허 갱신이다. 10년 전 후지마는 운전면허 갱신 마지막 날에 한 여자를 만났는데, 그녀는 갓난아이를 안고 다가와 다짜고짜 그의 안경을 벗겨 가져갔다. 준비성 없고 덜렁대는, 자신과 비슷한 성격의 여자에게 호기심을 갖는 후지마. 이후 5년마다 마주치는 두 사람의 인생 역정은 거울처럼 꼭 닮았다.
4. 룩스라이크
자전거 주차권 도둑을 잡겠다고 나서는 정의감 넘치는 소년 소녀와 ‘기근 없는 에도시대의 태평성대’처럼 안정적인 연애를 하는 젊은 남녀의 에피소드가 교차한다. 언뜻 보기에 무관해 보이는 두 커플의 교집합에는 서로 빼닮은 아버지와 아들이 있고, 어설프지만 순수한 청춘의 열정이 있다.
5. 메이크업
학창 시절의 갑을 관계가 사회인이 되어 역전되는 상황이 펼쳐진다. 화장품 회사에 다니는 유이는 고등학생 때 동급생 고쿠보 아키에게 왕따를 당했는데, 세월이 흘러 고쿠보가 회사에 찾아와 광고 건을 영업하게 된 것이다. 어쩌면 하늘이 준 절호의 기회가 아닐까. 그러나 유이는 잊고 있었던 마음속 상처가 여전히 아물지 않았음을 깨닫고 복수를 망설인다.
6. 나흐트무지크
지금까지 전개된 다섯 단편 속 인물과 사건들이 모여 하나의 이야기를 이룬다. 이 작품은 복싱 선수 오노가 방송에 출연하여, 19년 전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당시 오노는 일본인 최초로 세계 헤비급 챔피언이 되었지만, 1년 안에 벌이는 리턴매치에서 무참하게 패배했다. 그로부터 10년 후, 그는 젊지 않은 나이로 미국의 천재 복서 오언과 타이틀매치를 치른다.
<줄거리 출처: 출판사 책 소개>
연애 소설이지만 소설에서 주로 이야기하는 내용은 사람 사이의 '만남'을 주제로 다루고 있습니다. 소설은 총 여섯 편으로 구성된 단편집으로 일본 센다이를 배경으로 여러 인물들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다룬 단편 소설집입니다. 이 소설이 재밌었던 점은 각각 독립적인 이야기의 등장인물들과 상황이 모두 하나의 연결 고리로 이어진다 점이 독특하고 재밌었습니다. 평범한 만남이지만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인연이 닿아 만나게 된다는 게, 그리고 지금의 아내를 만날 수 있었다는 게, 어찌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확률적으로도 가능한 건가 싶기도 하고.. 달리 생각하면 자신의 옆에 있어주는 사람을 만났다는 건 어쩌면 기적이 아닐까요? 소설을 읽고 괜히 센치해져서 여러 생각이 들었네요.
연애 소설과는 거리가 있는 저자가 연애 소설을 집필하게 된 이유는 일본의 사이토 가즈요시라는 유명 뮤지션으로부터 연애를 테마로 한 노래의 작사를 의뢰받았고 가사 대신 쓴 '아이네 클라이네' 라는 단편 소설과 뮤지션의 싱글 앨범의 한정판 부록으로 집필한 단편 '라이트 헤비'를 시작으로 그에 파생된 이야기 몇 편을 추가로 집필하여 이 소설집이 탄생되었다고 합니다. 문학계가 발달된 일본이라서 그런지 이런 콜라보 인상적이네요. 우리나라도 이런 문학계나 소설 시장이 발달되어서 이런 다양한 콜라보가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