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 다나베 세이코
연애를 테마로 집필한 일본 작가 '다나베 세이코'의 단편집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을 읽었습니다.
총 9편의 단편이 실려 있고 그중 대표하는 단편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는 일본은 물론 국내에서도 영화로 제작되었습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은 소설입니다.
참고로 저자 '다나베 세이코' 는 1928년 오사카 출신으로 2019년 6월 9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셨다고 합니다. 50년이나 작가 생활을 하셨다고 하며 600여 편의 달하는 작품을 썼고 일본 문학에 큰 공로를 하셨다고 합니다. 어릴 적 많이 읽었던 '에쿠니 가오리' 외 여성 작가들에게 존경을 받았던 분이라 하며 국민 작가로 아주 유명한 분이라고 합니다.
줄거리
9편 중 기억에 남는 작품에 4편의 줄거리를 담았습니다.
1.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심야 아르바이트를 하던 츠네오는 우연히 휠체어를 탄 하반신 마비 장애가 있는 조제와 부딪치게 된다. 이후 묘한 이끌림에 끌려 츠네오는 조제를 계속 찾아가게 되고 결국 그녀와 함께 살게 된다. 평소 조제는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보고 싶다던 호랑이, 물고기, 그리고 바다를 보러 다니며 사랑을 키워나간다. 이 사랑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지만 두 사람은 현재를 사랑하며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2. 사랑의 관
이혼 후 바쁘게 살아가는 29세 우네.
그녀에게는 유지라는 19세 젊은 조카가 있다.
열여섯 살 위 이복 언니의 아들이다.
유지는 섹시한 여인의 향기를 풍기는 우네 곁을 맴도는데 그녀는 이를 알면서도 모르는 척 이를 즐긴다.
결국 두 사람은 넘어서는 안될 선을 아슬아슬하게 오가는데...
3. 눈이 내릴 때까지
평범한 직장에서 평범한 사원으로 소박한 삶을 살아가는 40대 여성 이와코.
그녀는 가정이 있는 남자와 만남을 1년째 이어오고 있다.
만날 때마다 처음 만나는 것처럼 가슴이 두근거리는 그녀이지만 사실 알고 보면 재테크에 능하고 자신이 정한 기준을 철저히 지키며 비밀스러운 연애도 하며 인생을 즐기고 있다.
4. 짐은 벌써 싸놨어
본가에 아이들을 만나러 간 남편 히데오.
이를 그저 바라보는 현재의 아내 에리코.
아이들 핑계로 눌러 앉은 전처가 있는 본가에 때 되면 아이들을 만나러 가는 모습이 신경 쓰이지만 그것만 빼고 보면 그보다 더 좋은
결혼 상대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던 어느 날, 본가에서 한 번도 자고 오지 않았던 히데오가 오늘은 자고 온다고 한다.
전처가 있는 본가에서...
영화를 먼저 보시고 이 소설을 접하신 분들은 아마 당황스러우셨을 거라 생각이 드는 소설입니다.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은 영화와 같은 애틋한 감동을 주지만 그 외 여러 단편들은 80년대 발표된 소설이 맞나 싶을 정도로 굉장히 농염하며 노골적이고 불륜 및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기도 하는 그런 소재의 작품들이 상당수 차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모든 작품이 여성이 주인공이고 여성의 시선에서 바라본 이야기이기에 남성분들은 쉽게 공감이 가지 않는 이야기들 일 수도 있습니다.
저도 이 책을 처음 읽은 게 20대였는데 일본과 한국의 문화적 차이도 있을 수 있겠지만 도저히 주인공들의 심리가 이해가 안 갔고 공감이 어려워서 책장 장시간 박혀 있던 책이었어요. 그렇게 시간이 흘러 40대가 된 현재 다시 읽어 보니 그때와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시 읽어 보니 제가 알지 못한 여성의 심리를 꽤 디테일하게 그려냈다고 생각이 들었고 여러 상황 속 주인공들을 통해 여성이 느끼는 다양한 심리나 아~ 이런 거구나 싶은 깨달음을 얻기도 했던 소설이었습니다. 물론 알수록 어려운 게 여자의 마음이지만요.
여성분들이 좋아할 만한 소설입니다. 여성의 심리를 굉장히 솔직하게 풀어냈고 남자분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여성의 이중 심리가 상당수 표현된 소설입니다. 여성의 심리가 궁금하신 남성분들에게는 참고서가 될만한 소설 같기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