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에 방영된 OCN 드라마 '터널'을 감상했습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30년 전의 희대의 연쇄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범죄 수사물로 1986년, 살인의 추억의 소재로도 유명한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을 떠올리게 만드는 드라마 속 가상 도시인 화양시에서 치마 입은 여성들이 스타킹에 목이 졸린 채 살해되는 연쇄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이를 배경으로 과거의 형사와 미래의 형사가 만나 범인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연쇄살인범을 추적하는 범죄 수사물과 타임슬립 소재를 결합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며 깊은 여운을 남긴 작품이었습니다. 연출은 드라마 PD '신용휘' 감독 작품입니다.
줄거리
1986년 강력계 형사 박광호(최진혁)는 연쇄살인범을 추적하던 중 의문의 터널을 통과해 2016년으로 이동하게 된다. 미래에서 과거의 미제 사건과 연결된 연쇄살인 사건을 다시 수사하게 된 그는 형사 김선재(윤현민)와 범죄심리학자 신재이(이유영)의 도움을 받아 진실을 추적한다. 가족에게 돌아가고 싶은 절박한 마음과 범인을 잡아야 한다는 사명감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며 숨겨진 진실에 다가간다.

감상 후기
이 드라마의 장점은 '타임슬립'이라는 소재와 '연쇄 살인 수사극'이라는 장르를 매우 촘촘하고 설득력 있게 결합했다는 점입니다. 드라마의 시작점인 1986년은 과학 수사라는 개념이 전무하던 시절입니다. DNA 감정은커녕 지문 채취조차 서툴렀던 그 시대에 박광호(최진혁 분)는 오직 발로 뛰고, 피해자의 사연에 귀를 기울이며, 범인을 잡겠다는 집념 하나로 현장을 누비는 '인간적인' 형사입니다. 그러던 그가 의문의 범인을 쫓다 터널에서 습격을 당하고, 눈을 떠보니 30년 뒤인 2016년에 당도하게 됩니다. 드라마는 이 지점에서 영리한 서사적 변주를 시작합니다. 30년이라는 세월 동안 강산은 변했고 수사 기법은 스마트폰, CCTV, 내비게이션, 그리고 유전자 분석이 주를 이루는 고도의 과학 수사 시대로 진화해 있었습니다. 여기서 작가는 단순히 과거 형사의 미래 문물 적응기라는 예능적 재미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박광호가 마주한 2016년은 외형적으로는 눈부시게 발전했으나, 과거 그가 해결하지 못하고 넘어온 '화양 연쇄 살인 사건'의 망령이 여전히 살아 숨 쉬는 공간이었습니다. 과거와 현재의 사건이 별개의 것이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선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는 순간, 극의 긴장감은 폭발적으로 상승합니다.
처음에는 타임슬립이라는 소재가 다소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드라마 '터널' 시간여행 자체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시간을 뛰어넘은 한 형사의 감정과 인간관계에 집중합니다. 그래서 시청자는 자연스럽게 박광호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따라가게 됩니다. 눈을 떠보니 사랑하는 아내는 사라졌고, 자신이 알던 세상도 완전히 바뀌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고 진실을 찾기 위해 계속 앞으로 나아갑니다.

이 작품에서 배우들의 연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먼저 최진혁 배우는 박광호라는 인물을 단순한 강력계 형사가 아니라 인간적인 매력이 넘치는 캐릭터로 완성했습니다. 특히 1980년대 형사 특유의 거친 성격과 현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표현해 웃음을 주기도 했습니다. 반면 아내를 향한 그리움과 죄책감을 드러내는 장면에서는 깊은 감정 연기를 보여주며 극의 중심을 단단하게 잡아주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아내를 잊지 못하는 모습은 정말 애틋하게 보여줍니다. 다른 수사 드라마라면 범인을 잡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되겠지만, 이 작품에서 박광호의 진짜 목표는 가족에게 돌아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사건 수사 과정 하나하나가 더욱 절실하게 느껴졌습니다. 언제 다시 가족을 만날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그의 모습은 큰 공감을 안겨줍니다.

윤현민 배우가 연기한 김선재 역시 매우 인상적인 캐릭터였습니다. 처음 등장했을 때는 냉철하고 차가운 엘리트 형사의 모습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내면의 상처와 아픔이 드러나면서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가 깊어졌습니다. 특히 박광호와 함께 수사를 진행하면서 점차 변화하는 모습은 이 드라마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였습니다. 두 사람이 보여주는 케미는 작품의 큰 매력 중 하나였습니다. 시대 차이로 인해 서로 충돌하는 장면에서는 유쾌한 웃음을 선사하고, 사건의 진실에 가까워질수록 서로를 신뢰하게 되는 과정에서는 깊은 감동을 안겨줍니다. 세대를 초월한 형사들의 공조 수사라는 설정이 상당히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이유영 배우가 연기한 범죄심리학자 신재이 역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신재이는 감정보다는 논리를 중시하는 인물로 등장하지만, 광호와 선재를 만나면서 점차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줍니다. 범죄자의 심리를 분석하는 과정은 단순한 수사 드라마 이상의 깊이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주연 3인방 외에도 1986년 당시 박광호의 막내 경찰이었으나 2016년에는 반장이 된 조희봉 배우가 연기 한 전성식 캐릭터의 존재는 이 드라마의 신의 한 수입니다. 옛 선배를 상사로 모셔야 하는 전 반장의 코믹한 상황은 극의 긴장을 완화하는 훌륭한 완급조절 장치가 됩니다. 더불어 곽태희(김병철), 송민하(강기영)로 이어지는 화양서 강력 1팀의 끈끈한 팀워크도 이 드라마의 재미를 한 단계 끌어올렸습니다. 그리고 메인 빌런을 비롯한 각 에피소드 별 악역 배우들이 저마다의 역할과 개성을 가지고 있어 극의 긴장감을 끊임없이 유지해 주었습니다.


작품을 보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사건 전개가 매우 치밀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연쇄살인범의 정체를 둘러싼 수많은 단서들이 조금씩 공개되면서 긴장감을 유지합니다. 초반에 무심코 지나쳤던 장면들이 후반부에 중요한 복선으로 연결되는 순간에는 감탄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특히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시청자 역시 끊임없이 추리를 하게 됩니다. 여러 인물들이 용의 선상에 오르고, 예상치 못한 사실들이 드러나면서 진실이 계속 뒤집힙니다. 그래서 한 회를 보고 나면 다음 회를 바로 보고 싶어질 정도로 강한 흡입력을 보여줍니다. 드라마의 분위기 역시 매우 뛰어났습니다. 어두운 조명과 음산한 연출, 긴장감을 높이는 음악은 범죄 스릴러 특유의 분위기를 완성했습니다. 특히 사건 현장을 조사하거나 범인이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마치 한 편의 영화 같은 몰입감을 선사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드라마 '터널' 은 한국 범죄 스릴러 드라마의 장점을 모두 갖춘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흥미로운 설정, 뛰어난 연기, 치밀한 각본, 긴장감 넘치는 연출, 그리고 깊은 감동까지 어느 하나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특히 타임슬립이라는 소재를 단순한 장치로 소비하지 않고 인물의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범죄 수사 드라마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반드시 한 번쯤 시청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드라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듀얼 / 16부작 [2017] (0) | 2026.06.09 |
|---|---|
| 닥터스 / 20부작 [2016] (0) | 2026.06.07 |
| 메스를 든 사냥꾼 / 16부작 [2025] (0) | 2026.05.21 |
| 보이스 4: 심판의 시간 / 14부작 [2021] (0) | 2026.05.16 |
| 보이스 3: 공범들의 도시 / 16부작 [2019] (0) | 2026.05.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