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버닝'을 감상했습니다. 한국의 거장으로 불리는 이창동 감독의 2018년 연출작으로 개봉 전부터 오랜만에 복귀한 이창동 감독의 영화라는 소식에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많은 이들에게 극찬을 받은 영화로 기억이 됩니다. 참고로 이창동 감독은 초록물고기, 박하사탕, 밀양, 오아시스 등 작품성 있는 유명 작품을 연출한 감독이고 작품을 내놓을 때마다 칸 영화제 및 세계 영화제에 출품되는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입니다. 이 영화 역시 제71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었다고 합니다. 연출하신 작품들이 대중적인 영화는 아니라서 전작을 모두 보지는 않았지만 초록물고기 공중전화 신이 기억에 남고 박하사탕, 밀양은 재밌게 본 기억이 나네요.
이 영화는 이창동 감독이 8년 만에 복귀한 작품이고 한국에서도 매우 유명한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소설 '헛간을 태우다'를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최근 감상한 영화 '콜'에서 전종서 배우의 연기가 너무 인상 깊어서 그녀의 데뷔작인 이 영화를 감상하게 되었습니다.역시 데뷔작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속을 알 수 없는 '해미'라는 캐릭터를 파격 노출까지 강행하면서 잘 소화하였고 스티븐 연 배우는 의외로 한국말을 잘해서 놀랐고 특유의 웃음소리 및 여유 있는 연기를 통해 워킹 데드 속 캐릭터의 모습이 잊힐 정도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줍니다. 마약류 사건 때문에 안타까운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유아인 배우 역시 연기를 잘하는 배우구나 싶었습니다. 평소 좋아하는 배우였는데...
예상대로 어려운 영화였고 해석을 찾아보게 되는 영화였지만 감상 후 자꾸 영화의 장면들이나 인물들의 대사를 떠올리게 되고 영화의 의도를 찾게 되는 등 현재까지 여운이 길게 남습니다. 작품의 이해가 부족한 저도 여운이 남는데 영화에 대해 해박하신 분들이 왜 극찬을 했는지 짐작이 갔습니다.
줄거리
유통회사 아르바이트생 종수(유아인)는 배달을 갔다가 어릴 적 같은 동네에서 살았던 해미(전종서)를 만나고, 그녀에게서 아프리카 여행을 간 동안 자기가 키우는 고양이를 돌봐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여행에서 돌아온 해미는 아프리카에서 만난 벤(스티븐 연)이라는 정체불명의 남자를 종수에게 소개한다.어느 날 벤은 해미와 함께 종수의 집으로 찾아와 자신의 비밀스러운 취미에 대해 고백한다. 그때부터 종수는 무서운 예감에 사로잡히게 되는데...
출처: 다음 영화
감상 후기
'자, 이제 진실을 얘기해봐'
영화 버닝의 장르는 드라마이자 미스터리물입니다. 그래서인지 어떤 게 진실이고 거짓인지 혼란스러움을 가져오는데요.영화가 막을 내리고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에게 묻고 싶었습니다. 자, 이제 진실을 얘기해보라고... 영화 속 대사에서도 언급하는 '메타포'로 범벅이 된 영화라서 어느 정도 내공이 없으면 이해하기가 어려운 영화이기도 합니다.
메타포 (metaphor)
행동, 개념, 물체 등이 지닌 특성을 그것과는 다르거나 상관없는 말로 대체하여, 간접적이며 암시적으로 나타내는 일.
출처: 네이버 어학 사전
여기에 귤이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여기에 귤이 없다는 걸 잊어버리면 돼.
영화 감상 후 초반 해미의 대사가 떠오르더군요. 위 대사가 영화의 핵심이었다고 생각이 듭니다. 우물, 비닐하우스 방화, 고양이의 실체 유무 등등 대사처럼 실제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없다는 걸 잊어버려야 하는 건지... 영화도 뚜렷하게 제시하는 게 없고 의문점 투성이라유튜브나 나무위키, 다른 분들의 리뷰를 찾아보니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일부 평론가 및 관객들은 영화 속 메타포를 해석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며 남산 타워, 노을, 비닐하우스 등 각 상징들을 해석하기 보다 이미지 자체로 보는 걸권유하고 있다고 하는데 저도 그게 맞는 것 같아요.
의도를 떠나서 아름다운 장면이 많이 나온 영화입니다. 위 이미지의 안개를 배경으로 한 신이 인상적이었고 해가 지는 노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해미의 춤도 아름다웠습니다. 춤과 함께 흘러나오는 재즈 풍의 음악도 너무 좋았는데 놀랍게도 조명 하나 설치하지 않는 자연광을 기본으로 한 촬영 방식이었고 파주 종수 집에서 해가 지는 노을을 배경으로 한 이 장면을 찍기 위해 한 달 가까이 노을 촬영에 집중할 정도로 신경을 많이 썼다고 합니다.
기성세대가 바라본 젊은 세대
영화 버닝은 이창동 감독의 말에 의하면 젊은이들이 요즘 세상을 바라보면 세상이나 자기 삶에 대한 생각이 아마 이해할 수 없는 미스터리 같은 것이 아닐까, 그런 의도로 만들어진 영화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즉, 기성세대들이 바라본 요즘 청춘들의 생각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이야기 하고 이해하려는 영화인 것 같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 흙 수저로 나뉜 청춘들의 모습과 그에 따른 열등감과 리틀 헝거가 아닌 그레이트 헝거가 되기 위해 가까스로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해미의 모습은 청년 실업률이 급증하는 현재의 청춘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종수는 불현듯 자신의 삶에 들어와 성관계까지 맺은 해미에게 남다른 감정을 품게 되었고 파주 시골집에서의 일로 해미에게 해서는 안 될 말을 홧김에 내뱉은 종수는 더 이상 해미를 볼 수 없게 됩니다. 그 이유를 자신이 아닌 벤에게서 찾고 급기야 벤을 미행까지 하게 되는데 이런 어긋난 집착이 세상이 수수께끼 같다던 종수가 답을 찾기 위해 발버둥 치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충격의 결말...
자신을 혼란에 빠트리는 모든 것을 끝내고 세상에 나아가려고 했던 것은 아닌지...
어느새 기성세대라고 불려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가 되어버린 씁쓸함과 과거 모든 것이 어설프고 멍청했던 저의 20대 시절을 떠올려 보기도 했던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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