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옴니버스 호러 영화 '기담' 을 다시 감상했습니다. 날씨가 요즘 점점 더워지니 공포 영화를 찾게 되네요. 해당 작품 2007년에 개봉 한 일제강점기 시대를 배경으로 한 공포 영화로 3가지 에피소드를 엮은 영화입니다. 개인적으로 한국 공포 영화 중 가장 무섭다고 느꼈던 '곤지암' 의 정범식 감독 데뷔작으로 이 작품은 사촌 사이인 정식, 정범식 감독의 공동 연출작입니다. 당시 흥행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한국 공포 영화 마니아들 사이에서 숨겨진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은 작품이고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줄거리
1942년 2월 경성, 안생병원
사랑에 홀린 자, 여기 모이다...
"우리는 죽은 자들과 사랑하기 시작했다..."
도쿄에 유학 중이던 의사 부부 '인영'과 '동원'이 안생병원에 부임하자마자 경성에선 연쇄살인이 벌어진다. 희생자의 부검을 맡게 된 '인영'. 심신이 쇠약한 아내를 걱정하는 '동원'은 사체 부검이 탐탁지 않고, 어느 늦은 밤, 몽유병 환자처럼 배회하는 아내의 모습을 보고 불안감에 휩싸인다.
첫째 날, 환상의 밤
같은 날, 너무나 아름다운 여고생의 시체가 실려오고 첫 눈에 마음을 뺏긴 '정남'은 매일 그녀를 찾아간다. '정남'은 남들에겐 말 못 할 고민을, 말 못 하는 시체인 그녀에게 털어놓으며 점차 마음을 빼앗기고...
둘째 날, 공포의 하루
일가족이 몰살당한 사고에서 외상 하나 없이 살아남은 소녀 '아사코'는 실어증 증세를 보이고, 소녀의 최면 치료를 맡은 '수인'은 왠지 자신과 닮아 있는 소녀에게 점점 집착하게 되는데...
셋째 날, 슬픔의 시작...
"그 누구도... 마음에 품지 말라..."
불길한 목탁 소리가 병원을 휩싸던 날 밤, 시체함에서 들리는 기이한 소리에 홀린 정남은 또 다시 여고생의 시체를 찾아가고, 때마침 병세가 호전된 줄 알았던 '아사코'가 갑자기 발작을 일으킨다. 그리고... '동원'은 아내 '인영'에게 그림자가 없음을 깨닫게 되는데...
비밀을 간직한 안생병원, 마지막 나흘간의 기록!
이제 기이한 사랑이 당신을 홀린다...
출처: 영화 시놉시스
감상 후기
다시 감상해도 여전히 반전 있는 신선한 시나리오와 파격적인 연출이 인상적입니다. 공포 영화의 장르적 테두리를 두르고 있지만 자극적인 요소보다는 죽음과 기억, 사랑과 이별, 전쟁이라는 역사적 비극과 인간의 원초적 감정들을 서늘한 공기 속에 정교하게 담아냅니다. 전통적인 공포 영화의 클리셰를 비켜가면서도 본질적인 감정의 두려움을 재구성하며 인간 내면의 숨겨진 상처와 트라우마를 드러내 '죽음' 을 기이할 정도로 아름답게 묘사한 점이 이 작품의 특징입니다.
이 영화가 인상적인 또 다른 이유는 시대적 배경입니다. 1942년 일제강점기 말기, 병원이라는 장소와 전쟁이라는 상황이 교차하며 단지 한 개인의 공포와 아픔을 보는 것이 아닌 시대의 슬픔과 폭력도 담아내 시대의 슬픔과 폭력을 동시에 마주하게 됩니다. 단순한 귀신 이야기가 아닌 하나의 역사적 서사를 담은 차별성 있는 작품입니다.
배우들의 연기 역시 인상적입니다. 전반적으로 배우들의 절제 된 연기가 좋았고 특히 이 영화에서 최고의 공포를 선사한 엄마 귀신 '박지아' 배우는 상당히 무서운 모습과 아우라를 풍기며 굉장히 기괴한 소리를 내는데 이는 직접 입으로 낸 소리라고 합니다. 이제 고인이 되셔서 그녀의 연기를 볼 수 없다는 게 안타깝네요.
어떻게 보면 죽음이라는 주제를 낭만적이고 비극적으로 풀어낸 러브 스토리로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단지 무서운 영화로 치부하기보다는 예술성과 철학적인 메시지도 담겨 있고 시각적으로도 아름답게 풀어냈으며 사랑에 대한 감정을 다른 시점으로 풀어낸 영화라고 생각이 듭니다. 전반적으로 조용하게 전개되지만 적재적소 놀랍고 무서운 장면들이 나와서 공포 영화로서도 손색이 없는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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