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윈드 리버 / 미국 [2017]

by 디케이84 2025. 5. 22.
반응형

 

설원에서 펼쳐지는 범죄 수사극 '윈드 리버' 를 감상했습니다.

눈 덮인 와이오밍의 인디언 보호구역 '윈드 리버'에서 벌어진 한 소녀의 죽음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수사극입니다. 영화를 접하게 된 계기는 단순히 호크 아이의 '제레미 레너', 완다 '엘리자베스 올슨' 두 배우의 출연작이기에 감상하게 되었는데 기대 이상의 작품을 만나 굉장히 기뻤습니다. 연출은 '시카리오', '로스트 인 더스트' 의 각본가로 유명세를 얻은 '테일러 쉐리던' 감독의 연출 데뷔작이며 개인적으로 시카리오 재밌게 감상했던 기억이 나는데 전작의 각본처럼 이 작품 역시 단순 범죄 수사극이 아닌 깊이가 다른 인간 내면의 어둠과 사회적 부조리를 다루고 있습니다.

감독 테일러 쉐리던


줄거리

코리 램버트(제레미 레너)는 야생동물 추적 전문가로, 설원 속에서 야생 동물의 흔적을 쫓는 일을 한다. 어느 날, 그는 외딴 눈밭에서 맨발로 달리다 숨진 인디언 소녀 ‘나탈리’의 시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녀는 자신의 딸과 친구였던 인물이며, 그 죽음은 코리의 과거 상처를 다시 소환한다.

현장에 도착한 FBI 요원 제인 배너(엘리자베스 올슨)는 도시 출신으로 추운 기후와 문화적 차이에 적응하지 못하지만, 진실을 밝히려는 의지는 누구보다 강하다. 두 사람은 지역 경찰과 함께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기 시작하며, 점차 지역 사회의 고립과 방치, 여성에 대한 폭력, 그리고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보호구역의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감상 후기

이 작품은 전통적인 스릴러 형식의 영화지만 누가 범인인지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오히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실제 미국 내 보호구역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미해결 사건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고 하며 실종된 미국 원주민 여성에 대한 공식적인 통계조차 없는 현실을 비판하고 구조적인 차별과 무관심이 얼마나 잔인한지를 보여줍니다. 특히 영화 속 눈발 속에 맨발로 달려야 했던 나탈리의 절규 장면을 통해 폭력에 노출된 여성의 현실을 보여주는데 참 가슴이 아팠습니다.

 

 

주인공 코리 역시 어린 딸을 잃은 경험이 있었고 내면의 차가운 고통과 트라우마로 뒤덮여 있었습니다. 나탈리의 죽음을 통해 그는 자신의 딸을 떠올리며 자신 내면의 상처를 다시 직시하게 되고 제인과 함께 진실을 밝히는 과정에서 과거에 대한 속죄와 구원을 받기 위해 내면과 처절한 사투를 벌입니다. 코리를 연기한 제레미 레너는 이 역할을 통해 절제된 연기를 선보이며 눈빛과 몸짓만으로 내면의 슬픔과 분노, 연민, 후회를 표현하는데 그의 깊이 있는 연기를 보고 이렇게 연기 잘하는 배우였었나 싶을 정도였고 그동안 어벤저스의 캐릭터로만 보였던 제레미 레너의 다른 면을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평소 좋아하는 배우 엘리자베스 올슨 역시 섬세하면서도 단단한 연기를 보여줍니다.

 

연출적인 부분도 좋았습니다. 외로움과 공허함, 죽음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설원을 무대로 잔잔하게 흘러가다가 서서히 침투하듯 감정이 폭발하는 전개가 좋았고 서서히 스며들듯 감정선을 자극하는 배경 음악도 좋았습니다. 인간의 존엄성과 슬픔, 복수와 구원, 정의와 무력함이 모두 담은 복잡한 서사시였고 인간이 감당해야 할 슬픔, 정의의 부재 속에서 살아나가는 법,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무관심하고 잔인한지에 대해 반추하게 되는 영화였다고 생각합니다. 

반응형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 일본 [2017]  (1) 2025.05.21
온다 / 일본 [2018]  (1) 2025.05.07
스탠드 업 가이즈 (멋진 녀석들) / 미국 [2012]  (1) 2025.05.05
노바디 / 미국 [2020]  (1) 2025.05.04
낙원의 밤 / 한국 [2020]  (1) 2025.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