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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만경 / 요시다 슈이치

by 디케이84 2025.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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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다 슈이치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 '동경만경' 을 읽었습니다.

지난번에 포스팅 한 악인과 함께 오랫동안 저의 책장에 꽂혀 있던 책이었는데 오랜만에 다시 읽었습니다. 이 소설은 도쿄 만의 부두 창고에서 근무하는 남자와 도쿄 만 건너편 대기업 빌딩에서 근무하는 여자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는 소설입니다.

세간에 평판이 자자한 연애소설을 읽어도 끝까지 다 읽어낼 수가 없었다. 결국 사랑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쓰지 않은 게 아닌가 하고 늘 혼자서 분개하곤 했다.

자신이 생각하는 사랑과 세상에서 인정하는 사랑이라는 게 별개의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품은 적도 있었다.


P.262

 

책 속 위 글이 작가의 생각이었을까요?

​진부한 로맨스 소설이 아닌 좀 더 성숙하고 진지하게 다가간 연애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네요. 또한 어딘가 소설 '악인'의 등장인물들과 닮아 있는 주인공 남녀는 너무도 외로워 보였고 미팅 사이트를 통해 인물들이 만난 것도 비슷하고 전체적으로 이 소설을 집필하고 악인을 구상했나 싶을 정도로 분위기가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참고로 이 소설은 2004년 일본 드라마로도 제작이 되었다고 합니다. 드라마를 보지는 못했지만 원작과 많이 다르다고 하네요.


줄거리​

시나가와 부두의 노동자 료스케, 어릴 적 실연에 상처를 받고 사랑을 믿지 않는 남자.

​오다이바의 대기업 홍보부에서 일하는 전도 유망한 커리어 우먼 미오. 사랑의 존재를 부정하는 여자.

그들은 가볍게 이성을 만날 수 있는 '미팅사이트'를 통해 첫 만남을 약속한다. 자신을 지하철역 매점 직원이라고 속인 미오는 료스케의 서툰 행동에 거부감을 갖는다. ​그러나 모노레일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중, 창밖을 스쳐 지나가는 료스케의 낡고 작은 아파트를 함께 찾아보며 들뜬 기분이 되는 두 사람...

출처: 출판사 책 소개


'빠지다'라는 말과 '탐닉하다'라는

말은 전혀 다르다.

'탐닉하다' 는 감각적인 문제지만 '

빠지다' 라는건 영혼의 문제다.

P. 120

 

위 글은 소설 속 인상적이었던 구절입니다. 소설 속 두 남녀는 누군가에게 빠지고 싶지만 상처받기 두려워 서로 탐닉하는 관계를 유지합니다. 사랑은 행복을 안겨 주지만 상처도 동반되기에 그리고 사랑과 사람은 변하는 걸 알기에 두 사람은 서로를 믿지 못하고 육체적인 관계에 몰두하지요. 이런 두 사람의 모습은 어플이나 인터넷을 통해 충동적이고 가벼운 만남을 하는 현시대 남녀 관계, 나아가 인간관계를 보여주고 있는 듯했습니다. 사랑과 관계에 관해 부정적이었던 두 사람은 사랑과 사람도 변한다는 걸 인정하게 되면서 탐닉에서 빠지는 단계로 나아갑니다. 이렇듯 사랑과 관계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남기면서 결말은 기분 좋은 여운을 남기며 마무리되는데요. 소설 속 인물들처럼 상처받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나와 다르다는 걸 인정하고 사람도 변한다는 걸 인정하게 된다면 연인 관계를 넘어서 좀 더 성숙하고 발전된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 소설에서도 작가의 역량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두 인물의 관계를 은유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장치로 배경을 사용하는데 시나가와와 오다이바는 눈앞에 보일 정도로 가까운 거리이지만 사이에 가로막힌 바다 때문에 우회해야 하므로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을 통해 간접적으로 두 사람의 거리가 느껴지는 부분이었습니다. 분위기 있는 부둣가 컨테이너 창고, 마주 보고 있지만 그와 상반되는 분위기를 풍기는 빌딩들과 화려한 레인보우 브리지, 모노레일... 마치 영화 속 장면을 보는 것처럼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해 줄 정도로 디테일한 묘사가 돋보이는데 그만큼 저자가 조사를 많이 한 듯 보였고 자연스럽게 작품에 녹여낸 작가의 필력에 다시 한번 감탄하며 책을 읽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이 소설을 이번까지 3번 읽었습니다. 돌아보면 20대 때 도서관에서 한 번 읽고 너무 좋아서 구매 후 또 한 번 읽었고 그렇게 세월이 흘러 현재 40대 때 또 한번 읽었을 정도로 좋아하는 소설입니다. 제가 읽었던 연애소설 중 가장 좋아하고 추천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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