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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레이드 / 요시다 슈이치

by 디케이84 2025. 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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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다 슈이치의 첫 장편소설 '퍼레이드'를 읽었습니다.

2002년에 저자가 집필한 소설로 국내에는 2005년에 번역 출간되었던 소설인데요. 20대 시절 처음 이 소설을 접하고 작가 요시다 슈이치를 알게 되었고 이 소설 이후 전에 포스팅한 악인, 동경만경 등등 많은 저자의 소설을 찾아 읽게 되었으며 감명 깊게 읽은 소설 중에 이 작가의 소설이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제가 참 좋아하는 작가가 되었습니다.

 

제15회 야마모토 슈고로 상을 수상하였고 2010년 영화로도 제작되었던 소설 퍼레이드는 어쩌다 한 집에 모여 살게 된 5명의 청춘 남녀들의 에피소드들을 담은 소설로 옴니버스 형식처럼 5명의 인물들이 차례로 화자가 되어 전개되는 형식의 소설입니다. 어딘가 모자라 보이는 청춘들이 작은 집에 모여 펼쳐지는 이야기는 시트콤을 연상케 할 정도로 코믹한 상황들이 많이 연출되어 어딘가 가벼워 보일 수 있지만 속내는 누구보다 진지하고 걱정 거리와 숨기고 싶은 비밀들을 하나씩 있는 청춘들의 이야기입니다. 무엇보다 이 소설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결말은 제대로 한 방 먹을 정도로 섬뜩하게 다가옵니다. 충격적인 반전에 거기에 또 한 번 섬뜩하게 다가오는 반전은 이 저자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 제대로 보여주는 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강력 스포라 이야기할 수 없겠지만 이 결말로 인해 이 저자에게 반하게 되었고 여태 본 어떠한 소설보다충격적이었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줄거리

- 스기모토 요스케 남 21세, 대학생.

선배의 애인을 호시탐탐 노리는 중.

- 오코우치 고토미 여, 23세, 무직.

인기 배우 마루야마 도모히코와 비밀연애 중.

- 소우마 미라이 여, 잡화점 점장.

삶을 고뇌하며 음주에 심취 중.

- 고쿠보 사토루 남, 18세,

자칭 '밤일'에 종사.

쓸모없는 젊음을 팔아치우는 중.

- 이하라 나오키 남, 28세, 독립 영화사 근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의 향방을 예상 중.

네 명의 20대 남녀가 도쿄 변두리에서 방

두 개짜리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같은 동네에서 일련의 폭행 사건이 일어난다.

남창인 18세의 사토루가 새로운 룸메이트로

들어오면서 평범하고 평화로웠던 그들의

일상생활은 천천히 바뀌기 시작한다.

 


여기서 살고 있는 나는 틀림없이 내가 만든 ‘이 집 전용의 나’이다. ‘이 집 전용의 나’는 심각한 것은 접수하지 않는다. 따라서 실제의 나는 이 집에 존재하지 않는다. 당당하고 거리낌 없이 살 수 있는 이유는 여기가 무인의 집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곳이 무인의 집이 되기 위해서는 여기에 ‘이 집 전용의 우리’가 존재해야 한다. 답답할 정도로 꽉 찬 만실(滿室) 상태가 된다. 실제로는 꽉 찬 만실이면서도 텅 빈 공실(空室). 그러나 비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꽉 찬 상태.

p.133 

 

“그러니까 넌 네가 아는 사토루밖에 모른다는 말이야. 마찬가지로 나는 내가 아는 사토루밖에 몰라. 그러니까 요스케나 고토도 그들이 아는 사토루밖에 모르는 건 당연한 거야. …… 그러니까 모두가 알고 있는 사토루는 어디에도 없다는 뜻이야. 그런 사토루는 처음부터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어. 알겠어?”

p. 183


등장인물들은 자신의 속내를 숨기고 겉으로는 친한 척 연기를 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당장 내일 헤어져도 섭섭하지 않는 관계를 유지하며 친구 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들어내지 않고 소설의 제목인 퍼레이드 행렬의 의미나 요스케가 교통 신호에 따라 질서 있게 움직이는 도로 위 차량들을 보며 신기해한 것처럼 소설 속 인물들 역시 집 안에 틀을 깨지 않기 위한 질서를 유지하기 하며 가면을 씁니다. 그런 인물들을 보며 누구나 직장, 집, 어느 상황에 따라 맞춤형인 나로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의 저 역시 제 본모습이 아니라 포장된 내가 글을 쓰고 있는 느낌도 드네요. 이 집은 마치 온라인 속 익명에 가려져 글을 쓰는 채팅방 같다는 말처럼요...

달리 생각하면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자신을 숨기는 건 배려일 수 있고 필요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들기도 하지만 너무 과도하게 자신을 숨기고 거짓된 모습으로 살아간다면 진정한 나 자신은 언제, 어디서, 온전히 내보일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자신을 온전히 내보이며 한없이 해맑은 아직 어린 자식들을 보면 어른이 될수록 참 외롭구나... 서글픈 마음도 들게 되는 요즘입니다. 20대에 이 소설을 읽었을 때는 그냥 재밌는 소설로만 생각했었는데 40대가 된 현재 다시 읽으니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지네요. 이처럼 한 번쯤 진정한 나의 모습은 어떠한가? 생각하게 해주는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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