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한강
- 출판
- 창비
- 출판일
- 2014.05.19
한국인 최초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신 한강 작가 님의 다른 소설도 남겨봅니다.
1980년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피해자들의 시점으로 집필한 소설 '소년이 온다'입니다.
채식주의자에 이어 읽어 본 소설인데요. 난이도가 높았던 채식주의자에 비해 잘 읽혔고 작가님 특유의 감수성과 섬세함이 잘 묻어난 소설이었습니다. 마치 실제 광주에 계셨던 것처럼 생생한 표현력이 대단했던 것으로 기억에 남네요. 그 당시 피해자들이 느꼈을 원통함과 절망감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참 가슴이 아팠던 소설이었습니다.
제가 태어나기 이전 일이라 사실 그때의 이야기를 들어도 크게 피부로 와닿지는 않았습니다. 그나마 광주 민주화 운동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제작되었고 당시의 참혹한 관경을 간접적으로 영화를 통해 느낀 게 전부였지만 한 민족끼리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화가 나고 안타까움이 느껴지더군요. 이 책을 읽고 영화에서 느끼지 못했던 희생자들의 고통을 좀 더 깊이 있게 느낄 수 있었고 묵직한 울림을 주었습니다.
한강은 무고한 영혼들의 말을 대신 전하는 듯한 진심 어린 문장들로 어느덧 그 시절을 잊고 무심하게 5.18 이후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여전히 5.18의 트라우마를 안고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무한다.
소년이 온다는 에필로그 포함 총 7장의 이야기로 구성되었으며 각 장의 화자가 다릅니다.
소설 제목처럼 5.18 당시 15살 소년 '동호'를 시작으로 주변 인물들의 참혹하고 슬픈 이야기가 전개되는데요. 희생자와 희생자 가족, 현재를 살아가지만 과거의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로하는 소설입니다. 1980년 5월 18일부터 열흘간 있었던 당시 상황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취재를 바탕으로 작가만이 풀어낼 수 있는 문장과 표현력으로 집필되었습니다.
줄거리
당시 중학교 3학년이던 소년 동호는 친구 정대의 죽음을 목격한 것을 계기로 도청 상무관에서 시신들을 관리하는 일을 돕게 된다. 매일같이 합동분향소가 있는 상무관으로 들어오는 시신들을 수습하면서 열다섯 어린 소년은 '어린 새' 한 마리가 빠져나간 것 같은 주검들의 말 없는 혼을 위로하기 위해 초를 밝히고, '시취를 뿜어내는 것으로 또 다른 시위를 하는 것 같은' 시신들 사이에서 친구 정대의 처참한 죽음을 떠올리며 괴로워한다.
정대는 동호와 함께 시위대의 행진 도중 계엄군이 쏜 총에 맞아 쓰러져 죽게 되고, 중학교를 마치기 전에 공장에 들어와 자신의 꿈을 미루고 동생을 뒷바라지하던 정대의 누나 정미 역시 그 봄에 행방불명되면서 남매는 비극을 맞는다. 소설은 동호와 함께 상무관에서 일하던 형과 누나들이 겪은 5.18 전후의 삶의 모습을 통해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비극적인 단면들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줄거리 출처: 출판사 책 소개
썩어가는 내 옆구리를 생각해.
거길 관통한 총알을 생각해.
처음에 차디찬 몽둥이 같았던 그것.
순식간에 뱃속을 휘젓는 불덩어리가 된 그것.
그게 반대편 옆구리에 만들어 놓은,
내 모든 따뜻한 피를 흘러 나가게 한 구멍을 생각해.
그걸 쏘아 보낸 총구를 생각해.
차디찬 방아쇠를 생각해.
그걸 당신 따뜻한 손가락을 생각해.
나를 조준한 눈을 생각해.
쏘라고 명령한 사람의 눈을 생각해.
2장 검은 숨 중에서...
가장 가슴이 아팠던 2장은 죽은 동호 친구 정대의 영혼이 이야기하는 듯 한 시적인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아무렇지 않게 나뒹굴고 있는 희생자 시체들과 뒤엉켜진 자신의 시체를 보면서 느꼈을 절규가 작가의 문장을 통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당시 인구 40만의 광주 시민들을 진압하기 위해 군인들이 지급받은 실탄이 80만 발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붙잡힌 남자, 여자, 어린아이 할거 없이 잔혹한 고문을 받았던 말도 안 되는 분위기 속에 굴하지 않고 끝까지 민주주의를 외치던 희생자 분들이 계셔서 지금이 대한민국이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당신들을 잃은 뒤, 우리들의 시간은 저녁이 되었습니다. 우리들의 집과 거리가 저녁이 되었습니다.
더 이상 어두워지지도, 다시 밝아지지도 않는 저녁 속에서 우리들은 밥을 먹고, 걸음을 걷고 잠을 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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