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에 국내 번역 출간된 인류의 핵전쟁 이후 방사능으로 오염된 지상을 떠나 지하철로 숨어 생존하게 된 인류의 이야기를 그린 아포칼립스 소설 '메트로 2033' 읽었습니다. 국내에서는 게임으로 유명한 메트로 2033의 원작 소설로 이 소설로 단번에 베스트셀러 작가로 거듭난 러시아 작가 '드미트리 글루코프스키' 의 장편 소설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었던 소설이라 게임으로도 제작되어 인기를 얻었고 영화로도 제작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던 작품이었습니다. 영화는 엎어졌다고 하는데 아쉽네요.
게임을 접해 보지는 않았지만 국내에서 마니아층이 상당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던 게임이라 관심을 갖게 된 소설이었습니다. 약 570 페이지 넘는 두꺼운 분량과 낯선 러시아 지명 및 단어들 때문에 읽는데 어려움이 있었고 영 안 읽히는 번역도 한몫하여 가독성이 좋지 못해 집중해서 읽기가 좀 힘들었지만 기발한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진 이 소설만의 매력적인 세계관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소설이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작품의 세계관을 먼저 살펴보자면 러시아 모스크바를 무대로 하고 있으며 20년 전, 핵전쟁으로 인해 인류는 초토화되었고 지상은 방사능 오염으로 인해 인간이 살 수 없는 환경이 되어 버린 세기말적인 세계관이 소설의 배경입니다. 간신히 살아남은 인류는 모두 모스크바 지하철로 숨어들어 생존하게 되었고 그로부터 20년 후, 각 지하철역은 이제 하나의 도시가 되어 작은 국가로 형성되었습니다.

모스크바 지하철은 원래 비상시 방공호를 겸하기 때문에 인류의 생존이 가능했고 대규모 모스크바 지하철에서 햇빛 없이도 잘 자라는 버섯과 그 버섯을 먹고사는 닭과 돼지, 지하철에 사는 쥐, 그리고 전쟁을 대비해 정부가 비축해둔 복합 비타민제를 복용하며 인류는 20년 넘게 생존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상에서 핵피폭과 생물학전에 의해 기형이 된 돌연변이들이 인간 사냥을 하며 인류를 위협하게 되고 인류는 생존을 위협하는 괴물들과 맞서게 되며 하루하루 버티며 살게 되는데 그로 인해 생명과도 같은 총알은 화폐를 대신하여 모든 거래에 사용하며 생활한다는 설정입니다.

줄거리
20대 청년 '아르티옴' 은 '비데엔차' 라는 지하철역에서 살고 있었다.
과거 아르티옴의 어머니는 가난 아기였던 아르티옴을 안고 핵폭탄이 떨어지기 전 메트로로 숨어들어 목숨을 부지했다. 그러나 홍수처럼 몰려오는 식인 쥐 떼의 습격을 받게 되었고 어머니는 사망 직전 역에서 보초였던 '수호이'에게 아르티옴을 맡기게 된다. 이후 수호이의 양자로 들어가 함께 생활하게 되었고 그렇게 2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주로 초소 경비를 서고 여러 또래 친구들을 사귀면서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중, '검은 존재'라는 의문의 돌연변이가 역에 접근하게 되면서 아르티옴의 일상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수호이의 친구이자 스토커(지상에서 인류가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탄약, 연료, 생필품 등 각종의 물건을 얻기 위해 방사능과 돌연변이 천지인 지상에 올라가는 사람)였던 '헌터'는 검은 존재의 위험성을 파악하기 위해 비데엔 차를 방문하였고 아르티옴과 대면하게 된다.
헌터는 홀로 검은 존재를 처리하기 위해 북쪽 터널로 떠나기 전 아르티옴에게 한 가지 부탁을 한다. 만약 자신이 사흘 이내에 돌아오지 않는다면 네 곡의 역이 하나의 도시를 이룬 '폴리스' 라는 곳에 멜니크 대령에게 도움을 요청해 달라는 부탁이었다. 결국 헌터는 제안한 시일 내에 돌아오지 않았고 결국 아르티옴은 헌터가 준 표식인 탄피 목걸이를 들고 메트로를 구하기 위한
여정을 떠나게 된다.
내용 참조: 나무 위키
소설은 아직 어리고 전투 경험도 부족한 아르티옴의 험난한 모험을 그리고 있습니다. 지하의 끝이라고 할 수 있는 멀고 먼 폴리스로 향하게 되는 과정을 따라가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여러 인물들을 만나고 여러 차례 죽을 고비를 넘기며 목적지에 도착하는 과정을 매우 탄탄하게 그려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반지의 제왕 프로도가 여러 인물들의 도움을 받으며 목적지로 향하는 모습이 떠오르더군요.
이 소설에서 무엇보다 가장 좋았던 점은 극한에 몰린 아르티옴이 지상에서 돌연변이들과 사투를 벌이는 장면이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데 스릴도 있었고 박진감이 넘쳐서 이 소설에서 기대했던 재미를 충족해 주기도 했습니다. 또한 아직 어린 주인공이 고군분투를 하며 여러 내적 갈등과 심리 변화를 겪게 되는데 자신과 함께하는 인물들이 거의 다 죽어나가고 내가 가고 있는 길이 맞는 건인가, 수없이 고뇌하고 자책하며 성장해 가는 과정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게임으로 제작된 소설이라 신선한 세계관과 단순히 괴물들과 인류의 사투를 그린 소설로 생각했었는데 괴물들과의 사투는 그리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 않았고 오히려 지상과 다를 바 없는 인간의 어긋난 욕망과 양분화된 인류의 모습을 그리며 심오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이런 세기말적인 내용의 작품들은 문명이 무너지고 그 속에서 인간성을 버린 사람들이나 욕망에 휩싸인 부류들이 등장하기 마련인데 이 소설 역시 다양한 부류의 인간들과 사회가 존재했습니다. 크게 사회주의 세력과 공산주의 세력이 대립을 하고 역과 역 사이 서로 강탈하기 위해 끊임없이 싸움이 일어나고 권력을 앞세워 인간 짓밟는 등등 지하철로 내몰렸지만 변함없이 드러내는 지하에서도 벌어지는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도 꽤 심도 있게 다룹니다.
이 소설을 읽고 당장 게임도 해보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세계관을 구축한 작품이고 지하철역이 하나의 국가가 된다는 발상도 매우 신선했습니다. 대장정의 모험을 그린 것에 비해 결말이 영 개운치 않아서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아포칼립스적인 작품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고 게임을 재밌게 즐기셨던 분들도 꼭 한번 읽어 보시길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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