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에 출간되었던 '헌터 S. 톰슨'의 자전적 소설 '라스베이거스의 공포와 혐오' 를 읽었습니다. 오래전 배우 조니 뎁에 빠져 있었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가 출현했던 동명의 영화를 보고 구매했던 소설이었습니다. 영화도 정신없고 어려웠는데 소설 역시 저에게는 정신없었네요.
소설의 전반적인 내용은 저자 헌터 S. 톰슨이 잡지사에게 청탁을 받고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오토바이 경주와 지방검사협회 콘퍼런스를 취재했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허구적 요소를 가미해 쓴 소설입니다. 작 중 기자 라울 듀크와 LA에서 살인 사건을 취재하다가 친해진 인권 변호사 닥터 곤조, 두 사람은 바람도 쐴 겸 취재를 위해 라스베이거스로 떠나게 되지만 취재는 뒷전이고 마약과 술에 취해 이곳저곳을 누비며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을 만나고 그로 인해 펼쳐지는 다양한 사건 사고를 그린 작품입니다.
먼저 저자에 대해 살펴보자면 '곤조 저널리즘'의 창시자로 불리는 헌터 S. 톰슨은 국내에서는 많이 알려진 인물은 아니지만 미국에서는 반문화의 영웅, 대중문화의 아이콘 등등으로 불리며 미국의 반문화와 컬트의 상징으로 거론되는 유명한 인물이라고 합니다. 오토바이, 패션 스타일, 담배 파이프 등 누가 봐도 남성미가 넘치는 저자의 스타일에서 볼 수 있듯이 60년대 미국 시대의 반항아였습니다. 인권 문제나 시위, 히피, 비리 등등 당시 사회적 문제나 여러 사건들을 취재하며 글을 남겼고 권위에 복종하지 않고 자신만의 독특한 시작으로 예리하게 비판하며 당시 시대적 분위기와 문제점을 지적했던 인물이었다고 합니다. 특히 객관적인 보도 태도를 버리고 대상에 적극 개입하여 자신의 주관을 들어내야 한다는 게릴라적 글쓰기의 양식 '곤조 저널리즘'의 형식을 확립한 인물로 폭주족과 히피들을 취재하기 위해 직접 그들과 함께 생활하며 그들의 일상을 관찰자 입장에서 보고한 책과 기사들을 발표하며 촉망받는 저널리스트로 지금까지 거론되고 있습니다.
2005년 2월, 자택에서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하였는데 이날 추도식으로 조니 뎁, 잭 니콜슨 등 유명 스타들과 상원 위원 및 여러 언론일들을 포함 한 280명가량이 그를 추모하게 위해 모일 정도로 미국 문화 역사에 중요 인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동정심? 난 그딴 거 필요 없어. 라스베이거스의 한심한 중독자에게 자비가 무슨 소용이람. 여긴 마치 군대 같다. 상어의 윤리가 지배하는 곳. 다친 녀석을 잡아먹는 거다. 모두가 죄인인 꽉 막힌 사회에서 유일한 범죄는 잡히는 것이다. 도둑들로 득실거리는 세상에서 치명적인 죄는 바로 멍청하게 구는 것이고. P.99
하지만 제정신이란 게 뭐지? 특히나 닉슨이 정권을 잡은 암울한 이 시대에 ‘우리나라’에서 제정신이라니? 우리 모두 이제 생존 여행에 휘말려 들었다. 60년대를 활활 불태웠던 각성제는 더 이상 없다. 감각을 자극하는 약물은 한물갔다. P.239
돼지 새끼가 우두머리인 나라에서는 짭새들이 죄다 위만 쳐다보고 있고, 나머지 우리들은 쥐 죽은 듯 납작하게 엎드려 있다. 그래서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꼭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처참하게 지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P. 281
해당 작품은 60년대 말 미국 사회를 잘 드러낸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당시 희망에 도취된 시대가 가고 정치 혐오와 환멸이 유행처럼 번졌던 70년대 초로 넘어가는 시점이 작품의 배경입니다. 60년대, 약물 LSD 문화와 히피 문화, 자유주의, 아메리칸드림 등등 희망과 쾌락에 도취된 미국 반문화가 노골적으로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철저하게 자본주의적으로 꾸며진 라스베이거스를 배경으로 약물과 환락에 중독된 사람들, 광기의 시대, 비리와 부조리로 얼룩진 중산 계급을 대표하는 경찰과 검사들을 조롱하고 비판합니다. 이 시기를 몰랐던 미국 시대적 분위기와 문화에 대해 알 수 있었고 저자가 어떠 이야기를 하고 그 시절을 이랬었다는 안내문 같은 소설이라 장면 하나하나가 기억에 남는 작품이었습니다.
책 중간중간 그로테스크한 삽화가 들어가 있어 소설 속 약에 취한 상황을 상상하게 만들며 이 작품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고 그 시절의 롤링스톤, 밥 딜런 등 여러 록 음악기 들여오는 것처럼 묘사해 작품의 배경 음악기 깔린듯한 느낌도 받았습니다. 솔직히 재밌는 소설이라 할 수는 없지만 작가의 거친 필체와 묘사로 여러 가지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이었습니다.
40여 년간 베스트셀러 작품이지만 꼭 보지 않아도 될 10대 유명 작품 중에 포함된 작품입니다. 그래도 보기 드문 독특한 소설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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